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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2014.05.28 15:25

윤중호 죽다 /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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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대체 어디서 굴러먹던 글자일까

윤중호 석자 뒤엔 아무래도 설다

'ㅈ'이 'ㄱ'에 가닿을 동안

길가엔 어허이 에하 상두소리 울리라는 걸까

산 모양의 저 '죽' 자 날망에는

고봉밥처럼 황토 붕봉만 외로우란 걸까

'ㅈ'과 '1.jpg'사이 나지막한 비탈길

고통도 시름도 내려놓고

문지방 너머 가벼이 넋은 있으리

'주' 의 복관 웅덩이엔

차마 못다한 말들 썩어 고여 우울하리

우울하여 마침내 긴 주름 아득한 'ㅈ'이겠네

'주'와 'ㄱ' 사이 어느 고샅에

산동네 자취의 날들 있으리

떠나간 아버지와 삭발하는 여동생 있으리

눈물 훔치며 돌아나오던 옛동네도 숨어 있으리

그 고샅 끝에서 새 옷 갈아입고

쌀 세 알 물고

다락 같은 일주문 'ㄱ' 자 문턱에 덜컥 걸려 넘어지면

문득 저승이리

왈칵 쏟는 뜨거운 국솥같이 통곡 있으리

기어이 일어나버린 저 '죽' 자의 식은 정강이를 붙잡고

감꽃처럼 툭 떨어진 몸 허물 앞에서

어머니 우시리

그저 우시리

 

* 충북 영동 사람 윤중호는 2004년 가을 48세를 일기로 세상 떠났다.

아내와 아이 둘, 시집 3권을 남겼다.  

 

감상 한마디 :

 

쌀 세 알 물고

고샅길에서 새 옷 갈아입고 가는 길인데

그저 우시는 어머니가

가슴이 칵, 메이도록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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