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옥순 시인 홈페이지

좋은 글

2013.11.13 22:14

풍장 1 / 황동규

조회 수 194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풍장 1



                                      황동규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가방에 넣어 전세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 다오

 

가방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몰래 시간을 떨어뜨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白金)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다오

 

바람을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다오.

 

 

                                 **풍장은 바람에 장사 하는 장례식을 말함**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 정적(靜寂) / 송수권 들국화 2014.01.11 1095
34 묵화 / 김종삼 들국화 2013.11.29 2343
33 김춘수, 「處暑 처서지나고」 들국화 2013.11.29 2511
32 장편 1 / 김종삼 들국화 2013.11.29 1993
31 사평역에서 / 곽재구 들국화 2013.11.29 2037
30 옛 이야기 구절 / 정지용 들국화 2013.11.21 1227
29 나그네 / 박목월 들국화 2013.11.14 2270
» 풍장 1 / 황동규 들국화 2013.11.13 1946
27 장편 2 김종삼 들국화 2013.11.10 2500
26 낡은 집 / 이용악 들국화 2013.11.09 2673
25 가을 / 김규성 들국화 2013.10.31 1693
24 옹달샘 / 서정태 들국화 2013.10.22 1626
23 가을 / 송찬호 들국화 2013.10.17 1793
22 풍장風葬 2 / 황동규 file 들국화 2013.10.04 2633
21 가을 엽서 안도현 file 들국화 2013.09.29 2277
20 소나기 강계순 들국화 2013.09.26 2989
19 소 김기택 들국화 2013.09.24 3482
18 돌 임보 들국화 2013.09.08 2709
17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 손병걸 들국화 2013.09.02 5884
16 인생 / 유자효 들국화 2013.08.26 1335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Next
/ 1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