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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사랑했는가 / 박영봉 
시는 투명한 거울 하나를 들고
우리 앞에 조용히 다가옵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묻습니다.
“당신은 살아오는 동안
무엇을 그토록 뜨겁게 사랑했습니까.”
그 질문은 잔잔한 물 위에 떨어진 작은 돌멩이처럼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오래 파문을 남깁니다.
우리는 그 물결을 따라
지나온 시간의 풍경들을 천천히 돌아보게 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말없이 계절을 견뎌온 자연의 얼굴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던 나무들,
새벽 강물 위를 천천히 미끄러지던 빛,
젖은 흙냄새와
겨울 끝에 피어나던 작은 꽃들.
우리는 자연 앞에서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배웠는지도 모릅니다.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은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그 거대한 순환 속에
자신을 조용히 내려놓는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시의 질문은
자연스럽게 인간에게로 향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러 주었는가.
외로운 사람의 침묵을
끝까지 들어준 적이 있었는가.
사랑은 거대한 언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슬픔 곁에
가만히 앉아주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상처 많은 존재들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나”와 “너”를 넘어
조금씩 “우리”가 되어가던 시간들.
어쩌면 인간을 사랑했다는 증거는
바로 그런 서툴고 조용한 순간들 속에
남아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시가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결국 자기 자신의 내면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시선 속에서 살아가느라
정작 자기 마음 하나
다정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나의 서투름과 두려움,
유한한 삶의 흔들림까지도
끝내 껴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은 자기 자신과 화해하게 됩니다.
자연을 깊이 바라본 사람은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고,
타인을 오래 사랑해본 사람만이
마침내 자기 안의 고독과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의 질문은
결국 하나의 물음으로 돌아옵니다.
“당신은 진심으로 살아본 적이 있는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가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고백 하나가
오늘을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불빛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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