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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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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와 둘이서 17 / 단기호 장로 
 
2-5. 주여! 어느 길입니까? 
 
* 생검(生檢)수술을 했다. 전신마취를 하고 2시간 30분 동안 수술이 진행되었다. 무릎을 절개하고, 조직검사를 위해 필요한 만큼의 뼈를 떼어내는 수술이다. 나중에 봉합한 자리를 보니 9바늘이나 꿰맸다. 그 시간 이후 사슴처럼 뛰던 둘이는 다시는 뛰지도, 온전히 걷지도 못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이 생검수술이야말로, 내가 내려야 했던 선택과 결정 중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결정이었다. 차라리 좀 아프더라도 둘이를 그냥 놔두었더라면, 조금은 더 사슴처럼 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사무친다.
* 우선은 1차로 4개월 동안 화학치료를 해서 암세포의 기세를 꺾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다음에 바로 발병 부위인 무릎에서 허벅지 쪽으로 10cm 올라가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 하나님 맙소사!”
병원에서는 나에게 둘이의 검사자료를 한 아름 안겨주면서 여의도 S병원 내과 과장에게 전해주라고 했다. 그리고 그분의 지시를 받아 둘이를 여의도 S병원에 바로 입원시키라고 했다. 여의도 S병원에서 4개월 동안의 화학치료를 마치면 수술은 이곳 부천 S병원에서 하게 된다고 했다.
* 죽음이 필요로 하는 모든 고통을 요구한다는 골육종! 그 고통을 다 통과해야만 죽음이라는 안식을 맞이할 수 있다는 무서운 병이었다. 나는, 내 생애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결정을 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병원 치료를 받아 가며 서서히 죽어갈 것인가? 아니면 치료를 포기하고, 사는 날까지 살다가 죽어갈 것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만약 치료를 포기하기로 한다면 여의도 S병원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부천 S병원으로부터 받은 검사자료를 가지고, 여의도 S병원으로 갔다. 그것은 가망성 없는 바람이었지만, 혹 여의도 S병원의 의사로부터는, 조금이라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 나는 부천 S병원의 지시대로 이곳에 왔지만 당장 입원서류를 접수할 마음은 없었다. 먼저 담당 의사를 만나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의사인 그로부터 단, 1%라도 희망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말을 아꼈다. 나는 그가 0.1%의 희망적인 말만 해주었어도 둘이의 화학치료를 그 자리에서 결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신중하고 좋은 의사였다. 상심에 빠져 고뇌하는 나의 마음을 헤아린 의사가, 연민이 담긴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며칠 늦어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골육종이란 병에 대해서 이미 아실 만큼 아셨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부모로서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끝까지 치료해 보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따님이 감당해야 할 삶의 질(質)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 본 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라고 권면했다. 나는 의사의 진심이 담긴 배려와 권면에 따르기로 했다.
‘그래, 조금 더 생각해 보자.’
나는 의사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표하고, 가져갔던 둘이의 검사자료 뭉치를 돌려받아 병원을 나왔다.
*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하나? 하나님! 제가 왜 이런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입니까? 왜 이런 결정을 제가 해야 합니까? 차라리 평생이 걸리더라도,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둘이를 살릴 수 있는 소망을 주셔야지요. 아니면 차라리 제 생명을 취하셔야지, 어떻게 아비 된 저에게 이런 결정을 내리라 하십니까? 주님이라면 어찌하시겠습니까? 주님이라면 어찌하시겠습니까?”
 
*페이스북에서 공유함* 

  • profile
    들국화 2026.05.20 20:35
    단기호 장로님이 이런 기막힌 일이 있었다는 건
    페북에서 읽으면서 알아가는데
    정말 가슴이 메고 안타까워 뭐라 위로할 댓글이 망설였다.
    1~ 17까지 읽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읽을지 모르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음독하려 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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