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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던 무렵, /한성호 
 
모 일간지와 인터뷰를 했었다. 여러 질문들이 오갔는데, 그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한국의 인문학 분야 발전에 얼마나 기대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주 제한적일 거라고 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그 자체가 어떤 동력을 마련해줄 거라고는 볼 수 없겠고요, 결국 '하기 나름'일텐데, 여태까지 있었던 여러 사례들을 비추어볼 때 이걸 계기로 삼아서 인문학 분야 전체에 어떤 발전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아요."
한국 사회가 인문학을 바라보고 대하는 관점은 '한글'에 대한 그것과 비슷하다. 한글은 세계에서 제일 우수한 글자에요, 한글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에요, 아름다운 한글을 지킵시다! 라고 열심히 외치지만 실제로는 너도나도 어떻게든 영어 못 써서 안달이다. 한글로 제대로 된 문장 하나 쓰지 못하는 꼬맹이들조차도 영어 유치원을 못 보내서 안달인 나라다. 길거리 간판에서 한글 한 번 찾아보기 어렵다.
한글이 소중하다고 외치는 건 한글날 전후해서나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이벤트성 클리셰에 지나지 않고, 사실은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한글을 어떻게 해야 잘 활용할 수 있을지는 딱히 관심도 없다. 무분별한 외래어 쓰지 말자며 멀쩡하게 잘 쓰는 말을 낯선 고유어로 바꾸는 작업을 '순화'라고 주장하면서도, 막상 공공영역까지 깊숙이 외국어가 침투해서 활용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다. 오죽하면 교육부나 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각종 지원사업조차도 전부 영어 약자 표기다. BK, CK, SSK, HK, LINK, RISE 등등. 한류조차도 이제는 이니셜 K로 표기할 지경이니 이쯤 되면 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아리송해질 지경이다.
인문학도 마찬가지다. 누구든 앉혀놓고 의견을 물으면 인문학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인문학은 어딜 가든 찬밥 신세다. 겉으로는 인문학이 중요하고, 인문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육성의 중요성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인문학처럼 돈이 되지도 않고 즉각적인 성과가 나오지도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지원하기를 꺼리고,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에 대해서조차도 밥버러지들이 구걸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건 어디 가서 점잖은 척 스피치할 때에나 꺼내는 말이고, 사실은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인문학을 어떻게 육성하고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딱히 관심도 없다. 그냥 인문학 앞에 XX라는 접두사를 각자 마음대로 가져다붙여서 바나나 1%도 들어있지 않은 바나나맛 우유를 진짜 바나나맛이라고 생각하며 만족하고 마시는 정도다. 아, 오해는 말자. 나는 바나나맛 우유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나나맛 우유가 바나나 우유는 아니다. 바나나맛 우유를 즐겨 마시면서 자신은 바나나에 대해서는 진심이라고 말하는 꼴이 보기 싫을 뿐이지.
그런데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인문학 내에서도 자체적으로 뭔가 해보려고 발버둥을 치면 "그건 제대로 된 인문학이 아니야"라고 사문난적 취급을 하기도 한다. 내가 의료문학 분야로 논문 쓰면서 심사 과정에서 '문학을 도구화하지 마라'라는 비판을 들은 것만 해도 몇 번인지 모르겠다. 그럼 문학은 도구가 아니라 본질이었다는 말인가. 아니, 본질로서의 문학은 대체 어떤 문학을 말하는 것일까. 한쪽에서는 기의 없는 기표로 쓰지 못해서 안달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어떻게든 기의의 순수성만을 확보하려고 안달이다. 그 사이에서 인문학은 점차 돈도 안되고 성과도 안 나오는 무엇으로 치부되어 열심히 도태되는 중이다.
그때 했던 인터뷰는 대충 20분 가량 진행되었다.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했고, 기자 역시 만족스러워했다. 하지만 그 인터뷰가 소개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해당 기자로부터 전해듣기로는, '국문과 교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내 인터뷰는 제외하기로 했다고 한다. 글쎄, 인문학의 문제와 방향성을 논하는 데 무슨 과의 전임교수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요소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결국 한국 사회가 인문학이라는 걸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게 그런 거다. 다 그런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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