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기지개 / 임한섭 목사
입춘이 문을 열고
우수가 다녀가니
대지의 숨결이 풀린다
땅 낮은 파란 봄까치꽃
가지 끝 붉은 홍매화
처마를 스치는 제비의 날갯짓
그 숨결 아래
아직 찬 기운 남은 내 영혼
얼음장 기억을 딛고
조심스레 기지개 켠다
꽃은 곧 열매의 시작
봄은 아직 연약하지만
봄이다
흙 속의 심장처럼
다시 뛰어야 할 시간
어둠을 건너는 꽃
가냘픈 애기 사랑초꽃
춥고 긴 밤이 괴로웠는지
풀기 잃은 얼굴로 서 있다
동녘에 붉은 해 떠오르니
긴 어둠을 뚫고 고개를 들며
조용히 웃는다
한낮의 따뜻한 햇빛 벗 삼아
스쳐 가는 이들에게
작은 기쁨을 건넨다
해가 산등성이에 걸리는 순간
다가올 어둠을 바라보며
다시 고개를 떨군다
그래도
내일을 믿기에
어둠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
다시 봄 햇살을 맞으며
벌들을 기다리고
긴 밤을 건너 깨어날
또 한 번의 봄을 꿈꾸며
숨죽여 시간을 견딘다
생명을 품고 있기에
기다림은 절망이 아니고
생명이 있기에
내일은 희망이 된다.

어둠을 건너는 꽃, 생명의 기지개,
봄의 시작을 이렇게 표현한 임 시인
그의 시어에서 불끈 힘이 솟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