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최일도 페이지를 읽고

"은혜로 시작했으니
은혜로 마치기를..."
오늘은 KBS 춘천방송국 P.D님과 촬영팀이 찾아왔습니다.
2030의 젊은 방송인들과 함께 청량리의 밥퍼와 천사병원과 작은천국을, 설곡산의 다일형제수도회와 자연치유센터 그리고 며칠 후에 개원될 다일숲속요양원 등을 차례로 돌아보며, 50분간의 녹화방송을 위해 돌아보고 내다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맨 땅에 헤딩하듯, 아무 대책도 없이 시작했던 지난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오는데, 마음은 주님의 은혜로 뜨겁게 덥혀집니다.
그러고 보니 춘천은 저와 특별한 인연이 있고 사연들이 많은 도시입니다. 1988년 11월 춘천을 다녀오는 일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저도, 다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1988년 11월 11일, 첫 시집 출간감사예배를 일주일 앞두고 춘천 호숫가를 걸으며 작은 커피숍에 앉아 시를 쓰던 장신대 신대원 졸업반 신학도가 눈 앞에 스쳐 지나갑니다.
38년이 세월이 흐르고 흘러 2026년 1월 6일 오늘, KBS 춘천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그 시절 그 때와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자니 발자국마다 하나님의 은총이요 참으로 신묘막측하기만 합니다.
해 저무는 설곡산 산너머 풍경을 바라보며, 다음 세대에도 참사랑의 나눔과 섬김이 이어지기를 조용히 두 손 모아 기도해 봅니다.
밥퍼의 시작도, 천사병원의 시작도, 설곡산 다일공동체 영성훈련의 시작도, 해외 사역의 시작도 언제나 그랬습니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한 영혼을 위해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나부터, 시작했을 뿐인데 하나님은 그 작은 자를 위한 아주 작은 일에 새 길을 내어 주셨고 사명을 부여해 주셨습니다.
밥퍼 어르신들께 다음주 주일 1월11일 11시에 드리는 다일숲속요양원 개원예배에 오시고 싶은 분, 제가 모시고 가겠다고 했더니 어르신들이 설렘 가득한 눈빛으로 물어 봅니다.
“목사님, 주일에 청량리 밥퍼에서 몇 시에 출발하나요? 몇 시까지 오면 되요?”
"오전 9시까지 밥퍼에 오시면 함께 가실 수 있어요."
"개원예배시간이 11시라고요? 1.11.11 이네요!"
그분들의 손을 붙잡고, 보폭을 맞추며 인생의 후반기를 함께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 38년전 춘천 다녀오다가 청량리 역광장에서 운명처럼 만났던 함경도 할아버지가 너무도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어르신 한 분에게 끼니를 챙겨 드리던 그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이 행하신 일에 그저 놀랍고 감탄만 나옵니다.
오늘도 미국 유타주에서 자원봉사하러 온 파란 눈의 자매님이 있었고 세계여러나라 곳곳에서 어떻게 알고 오는지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뜻있는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위해 매일같이 이곳으로 모여들게 되리라고는 정말 상상하질 못했습니다.
오늘, 다일공동체 밥퍼 어르신들과 다일 천사병원, 다일 작은천국, 그리고 국내 분원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열게 되며 또 하나의 열매가 될 다일숲속요양원 개원을 앞두고,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두 손을 모읍니다.
지나온 길도, 앞으로의 길도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입니다. 이 생명 다하기까지 은혜로 시작했으니 은혜로 마치길 소원합니다!
"아멘, 아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