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옥순 시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2025.07.13 00:50

까뮈 이야기 / 이호준

조회 수 41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까뮈 이야기 

까뮈는 엄마도 형제도 없다. 아주 어릴 적에 버림 받았다. 아! 까뮈는 내가 돌보는 길고양이 이름이다. 굶어죽기 직전이었던 녀석을 챙겨 먹이며 자라는 걸 지켜봤다. 작년 여름 어느 날 내 주거지 마당에 들어섰을 땐 거의 주먹만큼 작았고, 기운이 없어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먹이를 주고 잠자리를 마련해줬지만, 조금도 구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로운 길고양이로 자랐다. 한 번도 손으로 만져본 적이 없다. 아참! 말 나온김에 사료와 간식을 보내준 분께 감사드린다.
그렇게 1년이 됐을 때, 까뮈가 새끼를 낳았다. 새끼들의 아비는 이 동네 대표적 떠돌이인 늙은 고양이 삼식이였다.이렇게 쓰면 왜 중성화 수술을 안 시켰느냐고 가르치듯 따지는 사람이 나온다. 환장할 노릇이다. 이야기기 딴 데로 샐라. 새끼는 두 마리다. 까뮈가 그 새끼들을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 사연을 다 적으려면 소설 두 권은 나온다.
예를 들어, 내가 간식을 주면 일단 물고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저부터 먹는 법이 없다. 두 번 주면 두 행보를 하고나서 저 먹을 게 있으면 먹는다. 본능에 따라 사는 짐승이 그게 가능하냐고?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얼마 전에는 앞발을 크게 다쳐서 왔다. 새끼를 지키기 위해 어떤 짐승과 처절하게 싸운 것 같았다. 그 뒤로 새끼들이 안 보여서 걱정했는데, 보름쯤 지났을 때 다시 두 아이를 데리고 조심스럽게 나타났다. 그동안 어디 감춰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문제는 어미가 워낙 잘 챙기니 새끼들이 독립할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새끼들은 꽤 많이 자라서 까뮈가 내게 올 때보다 훨씬 덩치가 크다. 하도 잘 챙겨 먹여서 영양상태도 좋다. 벌써 먹이활동을 했어야 하는데 여전히 제 어미의 젖을 먹는다. 나는 까뮈의 마음을 이해한다. 어릴 적 버림 받는 바람에 먹을 것도 못 먹고, 외부의 적들로부터 끊임없이 생명을 위협받아야 했던 고통을 새끼들에게는 겪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자신에게도 가족이 있다는 게 날마다 눈물겨운 것이다.
오늘아침에도 사료를 먹이고 나서 특식을 줬더니, 잽싸게 물고 갔다. 그러더니 한참 뒤 아예 새끼들을 데려왔다. 녀석들이 다 먹는 동안 한쪽에 비켜서서 바라보는 흐믓한 표정이라니. 그래! 어떤 어미라도 새끼 입에 밥 들어 갈 때가 가장 행복한 법이니... 새끼들은 지들 먹을 거 다 먹은 뒤 입맛만 다시는 어미 품을 파고들었다. 젖을 찾는 게다. 안타까워서 한마디 안 할 수 없었다.
"어이~ 까뮈! 너도 좀 먹어야 기운 나서 새끼들 잘 돌볼 거 아냐."
까뮈가 날 빤히 쳐다보며(사진) 말했다.
"영감님이나 잘 하셔. 아까 나 몰래 고기 궈 먹었지? 치사하게 말야...."
"하참! 아침부터 생사람 잡네. 고기 드신 건 아랫집 할아버지고 난 달걀 프라이 하나 먹었다."
에구! 이놈의 팔자야. 고양이외 싸우면 뭐하나. 사료 떨어졌으니 호박이라도 내다 팔아야겠다.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한방에서 자고 한솥밥 먹으면 한 15년을 살았던
정이 있다. 이것들은 정을 주는 짐승이라 죽을 때 마음 아프고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짐승들
그래서 그 정 떼기가 안 돼 다시 키우진 않지만
페북에서 영상을 볼 때면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 사진과 글은 잔잔한 감동을 줘 공유했다. ^^ 

  • profile
    들국화 2025.07.13 00:53

    읽어보면 감동적이고 재미있어
    페이스북에서 공유했음.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4 슬픔을 위하여 / 정호승 들국화 2025.08.12 25
173 방송대 문학회 모임 공지 들국화 2025.08.08 12
172 댕댕이 네 마리 댕댕이 네 마리 들국화 2025.08.08 10
171 부천 시가 활짝 5회 당선 작 "우수 날" 김옥순 이 시가 당선되고 내겐 소소한 기쁨이 되었는데 봄 지나 여름 가을 지나 얼굴을 내밀었다 복사골 소새 시 동인이 먼저 보고 찍어와 단체 카톡에 올리면서 알게됐다 1 들국화 2025.07.28 32
170 부천시 "시가 활짝" 6회, 박옥희 시인 당선 작 부천시 "시가 활짝" 6회, 박옥희 시인 당선 작 1 들국화 2025.07.28 35
169 묵은 시집 / 벽랑, 김옥순 묵은 시집 8년 전 출판한 시집 비싼 출판비 들여 제작한 내 두 번째 시집, 단 한 권도 팔리지 않은 채 늙어 3집은 망설이기를 길게 하는 중에 여기 묵은 시 몇 편... 1 들국화 2025.07.18 36
» 까뮈 이야기 / 이호준 까뮈 이야기 까뮈는 엄마도 형제도 없다. 아주 어릴 적에 버림 받았다. 아! 까뮈는 내가 돌보는 길고양이 이름이다. 굶어죽기 직전이었던 녀석을 챙겨 먹이며 자... 1 들국화 2025.07.13 41
167 강아지, 강아지 개, 개 나쁜 말 앞잡이로 붙어 나쁨을 강조했던 이 개 자가 요즘은 공공장소 노상 방뇨 해도 개가, 하지 않고 꾹 눌러 봐준다 늦은 시간 아랫층에서 왈 왈... 1 들국화 2025.06.26 59
166 봉제 동물을 진 학생들 봉제 동물을 진 학생들 별일 없는 노인의 눈이 달랑거리고 가는 가방에 달라붙어 가는데 금세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러다 불쑥 나타나는 등 얘 이리 와 한번 돌아... 1 들국화 2025.06.11 36
165 93세의 가천대 이길여 총장 93세의 가천대 이길여 총장 가천대학교 이길여(93) 총장이 최근 학교 홍보 영상에 등장한 장면이 온라인상에서 주목받고 있다.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풍성한 머리... 들국화 2025.05.13 47
164 문형배 판사의 젊은 시절 감동적 판결 이야기 2007년 처지를 비관해 여관에 투숙해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한 남성의 재판이 시작 되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 재판정 204호. 피고인은 조용히 고... 1 들국화 2025.04.22 48
163 전세계를 울린 반려견의 사랑 전세계를 울린 반려견의 사랑 페이스북에서 보듬어옴^^ 들국화 2025.04.08 36
162 2025년 제 8회, 경남 고성 국제 한글디카시공모전 들국화 2025.03.27 43
161 나는 지금 3월을 걷는다 나는 누워서 3월을 걷는다(64) 밝는 아침도 모른 척 단잠에 빠진 한나절 경상도 어느 산중 마을이 산불에 사라지고 천년 문화재가 날아가 버렸다는데 불을 끄던 ... 1 들국화 2025.03.27 46
160 그리 낯설지 않은 사진 한 장 나는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다. 우리들의 어머니들의 삶 업고이고 손잡고 돌밭 길을 걸었던 고무신 추억 같지만,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 엄마의 모습 차라리 웃... 1 들국화 2025.03.17 59
159 나이 먹으면 / 이수만 나이 먹으면 / 이수만 더불어 할 말은 줄어들고 외로움은 늘어난다. 1 들국화 2025.02.27 65
158 가슴으로 듣기 고도원의 아침편지 들국화 2025.02.14 32
157 정월 대보름이라는데 정월 대보름이라는데 아침부터 눈 소식에다 이어지는 비 소식을 조회하며 내심 비가 온들 눈이 온들 또 일 년 중 제일 밝다는 보름달이 못 뜬들 무슨 상관이라 ... 들국화 2025.02.12 11
156 나는 반딧불 / 황가람의 노랫말 나는 반딧불 / 황가람의 노랫말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 부시니까 하... 들국화 2025.02.08 26
155 가짜 가짜는 진짜를 앞지른다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런데 보기만으로는 꼭 껴안아 주고 싶도록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러나 가질 수도 껴안아 줄 수도 없는 것이 가짜이... 1 들국화 2025.02.04 4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