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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우체통 / 이원규 

대문이 없고 훔쳐 갈게 없으니
아예 자물쇠도 필요 없는 산중의 외딴집
그래도 빨간 우체통은 있다
단지 우편집배원에게 미안해서
산중에 사는 주제에
바깥소식 많은 게 미안해서
산 아랫마을 논두렁의 전봇대
하얀 종아리에 영역표시처럼
양철통을 달았다
우째,싸게 싸게 답장을 안 하능겨?
재촉하듯 보랏빛 붓꽃이 피는 앞마당에서
피아산방 네 글자 논두렁 우체통까지
장장 1.5킬로미터가 넘으니 그 사이에
열일곱 기의 무덤과 일급수의 저수지가 있고
차나무 대나무 미루나무 푸른 그늘과
천수답 콩밭의 고라니 너구리 멧돼지 일가들
그러니까 착한 초식 동물같은
논두렁 우체통에서 붓꽃피는 앞마당까지
꼭 그만큼이 모두 나의 정원인  셈이다
어쩌다 저물녘에 들르면
멀리 서울에서 보내온 행사 팸플릿이며
풋과일처럼 싱싱한 얼굴의 청첩장
일용할 양식인 원고청탁서와
모친상에 와주셔서 고맙다는 감사의 편지
날마다 논두렁 우체통은 온 지구적이다
사나흘 출타했다 돌아오면
나보다 먼저 나팔꽃 한 송이 손을 뻗어
여성 시인의 첫 시집을 더듬더듬 점자처럼 읽고
비바람이 불고 어쩌다 우체통이 텅 비어
덩달아 내 마음도 텅텅 비는 날이면
우체통 저도 많이 외로운지
우편집배원의 오토바이 소리를 낸다
이따금 귀뚜라미 여치들이
논두렁 붉은 우체통 속에 들어가
어린 청개구리와 더불어 노래를 부르면
그래그래, 나도 안다
누가 너희들을 보냈는지 안 봐도 안다
이 세상 그리운 누군가 있어
우표도 없이 발신 주소도 없이
텅 빈 논두렁 우체통 속으로
환삼덩굴 까칠까칠한 손길을 뻗어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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