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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워서 3월을 걷는다(64)


밝는 아침도 모른 척

단잠에 빠진 한나절

경상도 어느 산중 마을이 산불에 사라지고

천년 문화재가 날아가 버렸다는데


불을 끄던 노인과 인부들이 돌아가셨다는

속보를 읽으며 불 꺼줄 비를 기다렸으나

잔뜩 우그렸던 하늘은 황사로 대체한 듯

안타까운 창밖의 봄을 본다


산수화는 활짝 피었겠다

동네 약국 앞 그 민들레는 입을 다물었을까

온갖 먼지 속 냉이 별꽃 봄까치봉 이것들은

터를 확장했을까 생각만 길어지는 오후


다리나 쭉 펴고 자자했더니

또 산불 고향에 남겨진 

돌아갈 맘 없는 엄마의 집이 맘에 걸린다

팔라고 할 때 팔 걸 살짝 후회도 되며 


이 춘삼월의 폭력

얼마나 더 태워야 끝을 낼 건가, 마치

세상 끝날 마지막 심판

그 예언의 날을 보는 듯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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