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옥순 시인 홈페이지

좋은 글

조회 수 1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에게 묻는다 / 이산하(1960~ )

꽃이 대충 피더냐.
이 세상에 대충 피는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소리 내며 피더냐.
이 세상에 시끄러운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어떻게 생겼더냐.
이 세상에 똑같은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모두 아름답더냐.
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언제 피고 지더냐.
이 세상의 꽃들은 모두
언제나 최초로 피고 최후로 진다.

.........................................................................................................................................................................................

    문답법은 일종의 화술이요수사학이다질문과 대답이 이어지면 그것은 일종의 담론이 된다이것은 공자라든가 소크라테스가 잘 보여준 바 있다질문과 대답의 이어짐을 우리는 철학이라고 부른다평범한 질문에 특별한 대답이 따라오면 그것은 깨달음이 된다왜 산에 사냐는 말에 그저 웃고 만다는 이백의 산중문답이 이에 해당한다뒤통수를 후려치는 현답을 우리는 시학이라고 부른다.

    시의 출발은 뭔가 물어보는 행위에서 비롯된다질문에 대해 남과 똑같은 대답을 답지 채우듯 쓰고 떠나는 사람은 시인이 아니다그런데 가끔 어떤 사람은 자기만의 대답을 생각하고대답을 꿈꾸고대답을 스스로 산다그러면서 서서히 진짜 시인이 되어간다.

    오늘의 시에는 모두 다섯 개의 질문과 다섯 개의 대답이 들어 있다질문은 엄한 선생님의 것 같고 대답은 배움을 구하려는 제자의 것 같다그러나 사실 한 사람이 묻고 대답했다정확히는 이산하 시인이 묻고 그의 평생이 대답했다질문에 달린 대답 하나하나가 모두 각오고 깨달음이다대충 피는 꽃은 없다는 대답은 사실을 진술하는 것이 아니다대견한 꽃을 함부로 해서 되겠느냐는 다짐이다세상에 똑같은 꽃은 하나도 없다는 대답 역시 마찬가지다모두 다르게 태어난 꽃이 하나하나 귀하다는 말이다전쟁이 끝나지 않았기에 이 시가 유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4 좋은 시란? /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 들국화 2022.06.28 420
133 소들어오던 날 / 박상조 1 들국화 2022.06.20 64
» 나에게 묻는다 / 이산아 들국화 2022.04.11 106
131 현충일 오후 / 김옥순 시 현충일 오후 산에 올랐다 *해발 167 m* 부천 정착 40년 걸음마 후 처음 걸어선 단 한 번의 꿈도 내겐 사치였던 산 정상을 휘청이는 무릎을 붙잡아 쓸어질 듯 앉... 들국화 2022.04.10 41
130 짬 / 박상조 詩 1 들국화 2022.03.24 112
129 별 헤는 밤 / 윤동주 詩 윤동주의 별 헤는 밤 들국화 2022.03.24 71
128 발을 씻으며/황규관 들국화 2022.01.17 100
127 당신의 빈자리 / 홍영수 시인 (2021 제7회 매일 시니어문학상' 당선작) 들국화 2021.07.10 206
126 죽도 김형식 선생의 작품 1 들국화 2021.06.24 296
125 흰둥이 생각/손택수 들국화 2021.05.07 1540
124 계속 웃어라 / 임승유 (퍼온 글) 들국화 2021.03.16 627
123 그 사람 / 권명옥 시 지독하게 내놓지 않는 작품 첨 보는 작품 내가 모셔다 이렇게 공개하는데도 아마 말 못 할걸, 왜냐면 그건 말할 수 없어요. 암튼 그 사람 아욱국에 밥 먹는 강원... 들국화 2021.02.18 80
122 202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 [남쪽의 집 수리] 최선 시 들국화 2020.10.10 169
121 소주병 / 공광규 시 들국화 2020.06.04 189
120 개같은 가을이/최승자(박수호 시 창작 카페에서) 2, 누구를 통해 말하는가 ─화자와 퍼소나 들국화 2019.11.29 612
119 기록사진 위로 떨어지는 것 /육호수 시 들국화 2019.03.22 312
118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헌시 / 하린 시 들국화 2019.03.22 314
117 김옥순 시인의 한 영 번역시 세 편, 대장동의 저물녘, 11월의 정류장, 늙은 풍차 대장동의 저물녘 김옥순 변두리 저녁노을 높을 것도 낮을 것도 없는 그렇고 그런 지붕 위로 노을이 뜨면 밤 비행기 가을 들녘 위로 날고 공항 뒷길 덤프트럭... 들국화 2019.02.11 405
116 감자의 이력 / 강동수 시 이병렬 교수가 읽음 내가 읽은 詩 (978) ​ ​ ​​ 감자의 이력 ― 강동수 생전에 어머니가 가꾸었던 앞밭에서 감자를 캔다 어머니의 손끝에서 싹을 틔우던 어린것들 주인을 잃고 시들어... 들국화 2019.02.11 843
115 디카시 - 시와 사진의 어울림― 김옥순 시집 <11월의 정류장> 이병렬 교수가 읽고 박수호 시인이 해설하다 디카시 - 시와 사진의 어울림 ― 김옥순 시집 &lt;11월의 정류장&gt; 며칠 전에 부천의 복사골문학회 회원이자 내년이면 고희를 맞는 김옥순 시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 들국화 2019.01.05 95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