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옥순 시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상상력을 확장하기 휘한 연상의 방법(상상력과 묘사가 필요한 당신에게)/조동범
   

     
상상력을 확장하기 휘한 연상의 방법


 상상력을 확장하는 연습으로 연상법을 사용해보도록 하자. A에서 B, B에서 그리고 C에서 D로 단어와 정황을 연결하며 조금씩 낯선 장면을 떠올려보도록 하자. 그러면 어느새 낡은 상상력이 새롭고 낯선 상상력이 되어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대부분의 상상력이 뻔한 구조 속에서 낡은 것이 되는 이유는 이러한 연상이 유사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다음의 연상 구조를 보도록 하자.

 

향기따뜻함행복

 

  이러한 연상 방법은 세 가지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문제점은 연상되는 각 단계가 너무 유사한 것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유사한 관계로 연결되어 연상을 통한 상상력의 확장이 힘들다. 두 번째 문제점은 각각의 연상 구조가 사실은 연상 구조가 아니라 병렬식 구조라는 점이다. 병렬식 구조는 ABCD로 전이되며 낯선 지접으로 나아가는 구조가 아니라 비슷한 것들의 열거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문제점은 연상의 구조가 구체적인 정황을 묘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따뜻함행복이라는 관념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글감을 구체적인 이미지와 정황으로 파악하지 않고 관념적 인식으로 파악하면 글을 피상적이고 모호하게 된다. 그리고 피상적이고 모호한 글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요령부득인 글이 될 수밖에 없다.

 

향기

따뜻함

행복

 

  각각의 단어가 과 병렬식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다른 지점으로 나아가 상상력을 극대화할 여지가 없다. 각각 연상된 단어와 정황은 유사한 부분도 있어야 하지만 다른 특성을 보여줌으로써 조금씩 다른 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각각의 단어 사이의 간격이 조금씩 벌어져서 낯선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다른 연상 지점으로 나아가면 결국 첫 단어와 마지막 단어는 유사성 속에서도 낯선 관계에 놓인다. 때문에 첫 번째 지점과 마지막 지점에 떠올린 단어와 정황은 상당히 다른 감각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런 가운데에서도 유사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낯선 관계 속에서도 납득 가능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두 지점은 긴밀하게 연될 된 관계 속에서 낯선 감각을 전달하게 된다.

 

장미화원화원을 향해 몰려오는 폭풍우비에 젖은 비둘기의 날개공중을 향해 날아 오르는 비둘기공중에 단단히 묶여 아득한 높이가 된 비둘기

 

  각각의 정황이 연상법을 통해 유사한 듯 다른 정황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연상법은 유사한 듯하지만 그 연결이 상투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새로운 상상력이 가능하다 특히 이와 같은 연상법은 연상의 처음과 마지막을 연결할 경우에 더욱더 새롭고 낯선 관계와 감각을 전달하는 문장이 된다. 위 문장의 처음인 과 마지막인 과 마지막인 공중에 단단히 묶여 아득한 높이가 된 비둘기를 하나로 묶으면 신선한 문장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위의 예문은 연상법의 과정에 있는 문장 모두가 좋은 정황이지만 연상의 처음과 마지막을 직접 연결하면 낯선 정황끼리 연결되어 더욱 신선한 표현을 할 수 있다. 더욱이 두 개의 정황은 낯선 연결 구조로 이어진 것이지만 연상법을 통해 구성되어 파편화되지 않고 서로 연결고리를 갖게 된다.

 

봄은 공중에 묶여 아득한 높이가 된 비둘기처럼 펼쳐진다

아득한 높이가 된 비둘기가 봄의 공중을 향해 날아간다.

 

  어떤가 봄을 진부하게 사용한 문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신선한 표현이 되지 않는가? 우리들 작가들이 사용하는 문장이 신선함에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작가들이 사용하는 문자의 신선함에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작자들은 바로 이런 사례에서처럼 자신만의 개성적인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에서 제시한 정황은 또 다른 장점을 지닌다. 각각의 개별 정황은 앞서 언급한 향기따뜻함행복처럼 진부하고 관념적이며 피상적인 정황과 달리 그 자체로 우리에게 민적 인식을 전달한다. 따라서 각각의 개별 정황만으로도 감각적인 문장을 만들 수 있다. ‘보다 장미 화원이 훨씬 구체적인데 좋은 글을 쓰려면 피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그리고 화원을 향해 몰려오는 폭풍우’, ‘비에 젖은 비둘기의 날개’, ‘공중을 향해 날아오르는 비둘기’, ‘공중에 단단히 묶여 아득한 높이가 된 비둘기등의 정황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감각적인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게 한다.

 

지하철터널어둠끝이 없음삶의 막막함

지하철무료한 승객고요한 오후따사로운 햇살

지하철구걸을 하는 사람찬송가무심한 눈빛외면하는 사람들무료한 햇살

지하철플랫폼 벤치에 앉아 울고 있는 앨리스터널어둠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두 개의 달과 해변을 걷는 앨리스끝없이 타오르는 방풍림과 붉은 눈물을 흘리는 앨리스

 

  지하철은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글감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흔한 만큼 진부한 정황이 될 가능성도 높다. , , 번의 연상은 지하철과 연관된 상투적인 연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연상은 우리가 가장 흔하게 떠올릴 수 있는 지하철의 모습이다. 따라서 지하철과 관련하여 새로운 인식을 전달하지 못한다. 번 연상은 관념적이고 개괄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어 불분명한 세계가 되며 번 연상은 지하철과 현대인의 삶과 관련하여 지나치게 상투적으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번 정황은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지나치게 삼상적으로 바라보아 감상적 인식이 되었다.

 

  이에 비해 번 연상은 심상적 묘사를 이용하여 낯선 장면을 펼쳐 보였다. 연상을 할 때 서경적 묘사의 양상으로 전개해도 무방하지만 연상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심상적 묘사의 방법으로 연상을 해도 좋다. 심상적 묘사로 연상을 하면 비현실적이거나 환상적인 장면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글쓴이만의 주관적인 개성을 드러내기에 수월하다. 비현실이나 환상은 우리의 현식과 완전히 분리된 별개의 세계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비현실과 환상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비현실과 환상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러한 연상을 통해 심상적 묘사의 특징 중의 하나인 글쓴이의 심리를 드러낼 수 있기도 하다.

―조동범, 『상상력과 묘사가 필요한 당신에게』, 모악, 201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7 강남, 몽夢/서금숙, 홍영수 시인이 시평 들국화 2020.06.08 466
» 상상력을 확장하기 휘한 연상의 방법(상상력과 묘사가 필요한 당신에게)조동범 / 박수호 시창작에서 들국화 2020.05.31 487
85 묘사 들국화 2020.05.26 101
84 순간이동과 융합의 놀이(은유)/엄경희 (박수호 시 창작에서) 들국화 2020.05.10 317
83 유사성과 차이성을 동시에 유추하기(은유)/엄경희, (박수호 시창작에서) 들국화 2020.04.25 290
82 서경적 구조와 시점 / 박수호 시창작에서 들국화 2020.04.02 1472
81 조동범의( 묘사) 박수호 시창작에서 들국화 2020.03.24 550
80 어떤 금일봉 어떤 금일봉 반찬을 좀 보냈으니 낼 택배 받으세요 엄마 흉도 보고 불쌍해서 울먹이기도 하다가 엄마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며 금일봉도 들었다고 한다 웬 금... 들국화 2020.03.01 182
79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죽을 것 같은 어려움에 부닥쳤던 시절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난다 코로나 19로 자고 나면 확진, 깨고 나면 사망자가 늘어나... 들국화 2020.02.27 235
78 영화 기생충을 관람하고 영화 기생충을 관람하고 기억에 남는 건 반지하 방에서 할 짓은 다 하는 식구들 가족이 하나같이 마음이 딱딱 맞는 것 절대로 양심이란 것이 없다는 거 우리 정서... 들국화 2020.02.16 180
77 대상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묘사와 이미지 / 박수호 시창작에서 들국화 2020.02.02 337
76 설 쇠고 설 쇠고 동네 한 바퀴 아니 초등학교 돌아오기 요즘 들어 볕 보기가 드물어 볕 난 김에 나갔더니 동백은 가을부터 맺었더구먼 언제 붉어지려고 그대로고 2년 된 ... 1 들국화 2020.02.01 147
75 장수동 은행나무 장수동 은행나무 나이를 8백 세로 추정한다는 나무 일백세 도 안 되는 사람들이 과학적으로 꼽아 추정한 나이란다 동네의 수호신으로 일 년 한두 번 제사상을 받... 들국화 2019.12.31 117
74 오래전에 쓴 시 두 편 / 벽랑 김옥순 남자의 독주(獨奏) 솔 그림자 드리운 4월의 공원 홀로 부는 색소폰 블루스 지그시 감은 눈에 흐느끼는 운율은 風에 실려 온 임의 자췬 인양 구슬피 들린다 (수정... 들국화 2019.12.31 139
73 시는 어떻게 오는가 / 박수호 시 창작에서 들국화 2019.12.29 211
72 2019년 메리 크리스마스 올해는 언제 시 한 편 제대로 쓴 것이 없다 하는 것 없이 바쁘고 나이만 먹어 넘긴 것 같다 그렇다 해도 보이는 이 메리 크리스마스 커다란 감동은 꺼져가는 불... 들국화 2019.12.15 80
71 산문山門에 기대어/송수권 들국화 2019.12.10 121
70 장애인 뉴스 내년 예산혜택 (연금) 내년 정부예산안 속 장애인 관련 특색사업장애인 돌봄로봇 800대, 발달장애 특화사업장 구축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8-30 16:19:50 ▲ 홍남기 부총리 겸 ... 들국화 2019.12.08 577
69 카톡~ 카톡~~ 사진이 도착했단다 "권사님! 출근길에 벌레 먹은 낙엽이 눈에 띄어 사무실에 가져와 찍어봤어요.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벌레에게 생명을 준 나뭇잎이라 ... 들국화 2019.11.30 113
68 엄마가 범인 엄마가 범인 딸은 새벽 세 시까지 컴퓨터를 하면서 사진을 찍고 스마트폰은 이불 위로 던져놓은 것이 분명한데 안 뵌다 아무리 봐도 없다 혹시 밖에, 아닌데 하면... 들국화 2019.09.06 12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