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옥순 시인 홈페이지

좋은 글

2014.03.06 19:04

폐선廢船/ 강동수

조회 수 87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가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가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폐선廢船

                                         강동수

 

 

 

바다와 맞닿는 길에

강줄기를 막고 누워있는 늙은 아버지

강물에 시린 발목을 담그고

물의 결을 깎아 나이테를 지운다

골반사이로 지나가는 강물과 바다사이에

배반할 수 있는 시간을 떠나보내는 아침

바다와 강물의 경계를 오가며

정체성을 잃어버린 갈매기들

먼지 쌓인 귓가에 파도소리를 내려놓는다

숲으로부터 걸어온

창백한 새들이 솟대 같은 정수리에 몸을 기대면

태초에 태어난 숲속으로 걸어가

키를 키우는 직립의 꿈

어둠은 밀물처럼 밀려와 숲을 덮는다

 

수시로 쳐들어와 소금기를 뿌려놓고 가는

해안가에서 조금씩 늙어가는 집

목쉰 바람이 불어와 집의 뿌리를 돌아 나가면

오래 기억되던 아궁이의 잔불과 새벽에 졸음을 내려놓고

불 밝히던 어머니의 부엌

항아리 속 묵은쌀을 한숨처럼 퍼 올리던

쌀되박의 기억은 망각의 바람을 따라 길을 떠난다

폐선처럼 허물어져가는 외딴집 감나무에

까치밥 하나 바람에 흔들리면

뿌리 따라 흔들리는 늑골의 아픔으로

다시 깨어나는 늙은 집

열리지 않는 아침을 가불하여 길을 나서던

아버지의 새벽기침소리를 듣고 싶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폐선廢船/ 강동수 들국화 2014.03.06 872
161 4월 비빔밥 / 박남수 들국화 2014.04.04 797
160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수호 들국화 2014.04.15 673
159 歸天/ 천상병 들국화 2014.04.22 628
158 천개의 바람이 되어 / 임형주 (세월호 침몰 추모 시) 들국화 2014.05.01 1215
157 윤중호 죽다 / 김사인 file 들국화 2014.05.28 643
156 자전自轉 / 류정환 들국화 2014.06.13 661
155 좋은 시란? /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 들국화 2014.07.05 1803
154 없는 것을 발명하지 말고 있는 것을 발견하라 / 안도현 시인의 시 창작 노트 들국화 2014.07.05 1279
153 제 130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시 부문, 건반 위의 여자/박선희 작품과 심사평 file 들국화 2014.07.16 940
152 난 꽃이라오/ 양성수 들국화 2014.08.01 1170
151 시애틀 추장의 연설 / 안도현(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240~246쪽에서) 들국화 2014.08.07 535
150 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 고영민 들국화 2014.08.19 516
149 통영 / 백석 들국화 2014.08.22 709
148 몇 가지의 시작법: 안도현 들국화 2014.09.03 638
147 담쟁이 / 도종환 들국화 2014.09.09 652
146 낡은 의자 / 김기택 들국화 2014.09.11 490
145 어떻게 첫행을 써야 하는가? / 박제천 (시인) 들국화 2014.10.02 593
144 영 한 시집 "너의 꽃으로 남고 싶다" 53인 중 김민수의/ 빈 집 들국화 2014.11.29 31619
143 안부/ 김시천 file 들국화 2014.12.21 60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