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부천 시인 제18집

해 질 녘 / 김옥순
길거리의 꽃양귀비
고사리 목 같은 꽃망울을
망대 끝으로 모으고
푹 수그린 한 소망
내일이면
곱디고운 꽃으로 활짝
피어나게 하옵소서!
"밀레의, 만종" 저물녘 그
기도만큼이나 고요하여라.

모서리에서 2
누구는 꽃이라고
살짝 들여다봤건만
누군 잡초라고 무지막지
청소를 해버렸네
발길에 걸리적거릴 일도 없고
넓게 차지할 땅도 아닌 곳
굳이 죄라고 하자면
첫봄 제비가 오기 전 꽃 피우고
잎 몇 장 불린 죄밖엔 없는데
이렇듯 내던져
꽃 빈자리만 훑고 있다.
문상(問喪)
불시에 받은 전자 부고장
전화번호도 바꾸고 연락을 끊어버린
형님께서 세상을 떠나셨단다
그간 섭섭했던 것은 생각하기도 전에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
서둘러 아들 차로 파주로 향했다
내일 가도 되겠지만
아들이 내일부터 회사 일로
교육을 가게 돼 있어 서둘러 다녀오던 길
새벽 두 시 달이 구름 속 숨바꼭질을 해
한 컷 담으며
인생 기껏 살아도 83세인걸
형님 얼마나 아프다가 떠나셨나요
가시기 전 연락 한 번 하시지
영정(影幀) 사진 앞 마음이 아파
눈물만 쿡쿡 찍고 돌아왔다.

2025년 부천 시인 제18집
25인의 시인이 3편씩 편집
출판한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