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고치는 데 돈이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by 들국화 posted Nov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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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고치는 데 돈이 꼭 필요한 건 아님니다 

 

세상을 고치는 데 돈이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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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에드나예요. 78살. 이혼한 지는 벌써 30년이 넘었죠. 전 남편은 저보다 자기 낚시를 더 좋아했고… 뭐, 솔직히 말하면 저도 제 조용한 생활이 더 좋았어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는 9시 15분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가요. 늘 같은 벤치, 같은 자리. 몇 년 동안이나 그 자리에 앉아서 손을 주머니에 파묻고, 봄에도 이를 딱딱 부딪치며 기다렸죠. 그 벤치는 한 번도 제대로 고쳐진 적이 없어요. 차가운 금속에, 코트 사이로 찌르고 들어오는 나무 가시들. 우리 같은 노인들은—그냥 참고 버티는 거죠. 불평 같은 건 안 해요.
어느 1월 아침, 칼바람이 온몸을 베는 날이었어요. 버스는 또 늦었고(늘 그렇죠). 그날은 한 노신사가 제 옆에 앉았는데, 얇은 재킷 하나 걸친 채 떨고 있더군요. 말 한마디 없이 도로만 바라보며 앉아 있는데,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오다 얼어붙었어요. 그 순간 마음이 쿵 하고 무너졌어요. 멀리 대학에 가 있는 제 손자가 떠올랐죠. 만약 제가 이렇게 추위에 떨고 있다면 누군가 도와주길 손자도 바랄 거잖아요?
그날 밤, 오래전 딸아이 어릴 때 쓰고 잊고 있던 재봉틀을 꺼냈어요. 먼지가 수북했죠. 제 오래된 셔츠 두 장, 그리고 전 남편의 셔츠 한 장을 꺼내 잘라서 작은 퀼트 방석을 만들었어요. 두 사람이 앉을 만큼은 되는 크기로요. 바느질은 엉성하고 울퉁불퉁했지만 따뜻했어요.
다음 화요일, 그걸 벤치에 노끈으로 단단히 묶어두고 작은 쪽지를 남겼어요. “추울 때 쓰세요.” 하루 종일 가슴이 두근거렸죠. 바보 같은 에드나. 누가 가져가 버리겠지.
그런데 목요일에 와보니? 그대로 있었어요. 아니, 그 옆에 아기 옷으로 만든 작은 패드가 하나 더 생겼더군요. 밝은 노란색.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엄마도 여기 앉아요.”
그러더니, 기적이 일어났어요. 간호사 유니폼을 입은 한 여성이 매주 새로운 방석을 가져오기 시작했어요. 다양한 천으로 만든 것들. 어떤 건 라벤더 향도 났어요. 작업복을 입은 어떤 할아버지는 버터처럼 매끈한 나무 덮개를 가져왔어요. “우리 집사람이 만든 겁니다.” 그가 작게 말했죠.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지난 겨울에… 떠났어요. 벤치가 사람을 아프게 하면 안 된다고 늘 말했죠.”
하지만 일이 터졌어요. 길 건너 새로 생긴 고급 콘도에서 민원이 들어온 거예요. “허가되지 않은 물건입니다!” 관리자가 날카롭게 말하더군요. “시 규정 위반이에요!” 그는 노끈을 자르고, 퀼트들을 쓰레기 통에 내던졌어요.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저는 싸우지 않았어요. 다음 날, 마지막 플란넬 조각만 손에 쥐고 차가운 벤치에 조용히 앉아 있었죠. 그때, 이어폰을 낀 한 십대 아이가 저를 보더니 휴대폰을 꺼내 들었어요. 말은 거의 안 했어요.
다음 날 아침. 벤치가 퀼트 47개로 덮여 있었어요. 산처럼 쌓여서. 리본, 털실, 심지어 신발 끈으로 묶인 것까지. 메모가 잔뜩 붙어 있었죠.
“92세 헨더슨 씨를 위해.”
“우리 스카우트 단이 만들었어요!”
“따뜻함은 불법이 아닙니다.”
관리자는 얼굴이 시뻘개져서 또 나타났어요. 하지만 버스 기사가 차에서 내려오더니 말했죠. “이 벤치는 제 노선 승객들이 씁니다. 이분들이요. 이걸 건드리면, 우리 모두를 건드리는 겁니다.” 관리자는 아무 말 없이 돌아갔어요.
지금요? 이 벤치는 그냥 따뜻한 게 아니라 살아 있어요. 누군가는 뜨끈한 수프가 담긴 보온병을 두고 가고, 은퇴한 교사는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어줘요. 아이들은 “다음에 손 시린 사람을 위해”라며 장갑을 가져다 놓고요. 지난주엔 휠체어 탄 여성이 재활용 스웨터로 만든 새 퀼트를 올려두더군요. “손자가 낸 아이디어예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죠. “여덟 살이에요. 친절은 공짜래요.”
결국 시에서도 알게 됐어요. 막으려고가 아니라, 도우려고요. 지난달엔 튼튼하고 매끈한 새 나무 벤치를 설치했어요. 그리고 우리 벤치 지킴이들에게 물어봤어요. “어디에 더 만들까요?”
지금은 도시 곳곳에 ‘따뜻한 벤치(Warm Wait)가 7곳이나 생겼어요. 다 저 같은 사람이 낡은 천 조각들로 추위를 덮기 시작한 데서 출발한 거예요.
저는 여전히 버스를 타고 다녀요. 이제 손이 덜 떨려요. 덜 추워서가 아니라 자고 볼품없는 퀼트 한 장이 도시 전체의 마음을 녹일 수 있다는 걸 매번 보고 있으니까요.
세상을 고치는 데 돈이 꼭 필요한 건 아니에요.
바늘 하나, 실 한 타래, 그리고 옆에서 떨고 있는 사람에게 조용히 앉아주는 용기면 충분하죠.
<Inspiring Spirits>에서 옮겨옴
 
** 페이스북에서 모셔 옴 **